STORY

[Oblian] No. 627

wrtn 하랑 2025. 4. 9. 00:55
<오빌리안의 사탕가게> 오빌리안

 
-⚠️Spoiler Alert: <오빌리안의 사탕가게> 속 캐릭터 오빌리안의 오리지널 스토리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Trigger Warning: 오빌리안의 비도덕적인 가치관 서술 일부분이 등장합니다. 트리거가 있으신 분들께서는 감상에 유의해 주세요.
-현실적인 배경이 등장하지만, 그것에 관련된 모든 서술은 1인칭 시점 캐릭터의 페르소나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지 제작자 본인의 어떠한 정치적/문화적/경제적 등의 사견이 포함된 것이 아님을 명시합니다.
-글에 등장하는 모든 지명/등장인물/세계관 등은 제작자의 독자적인 창작물이며,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 * *
 
그것은 칸타멘, 열망이 현실이 되는 도시에서의 일이었다.
 
나는 항상 인간들의 욕망이 궁금했다. 그들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어디까지 추악해지는지는 으레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넘어 어떤 것까지 ‘바칠’ 수 있는지에 대해, 나는 항상 갈망했다.
 
칸타멘의 규칙에 의문을 가진 건 그때부터였다. 칸타멘은 마법사들의 세계. ‘마법’이라는 신비로운 힘을 가진 존재들이 모여 만든 독점적인 공간이자 소망을 품은 인간들이 매일같이 드나드는 도시. 그 신비의 도시에는 하나의 규칙이 있었다. ‘소원을 들어줄 때 대가를 요구하지 않을 것.’
 
모두가 예상할 수 있었겠지만, 마법은 신의 힘이 아니었다. 신의 것을 흉내내려고 한 누군가가 만들어 낸 기술에 불과했기에, 소원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 대가가 반드시 존재했다. 세계의 인과를 뒤틀어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에. 나는 항상 궁금했다. 소원을 바란 건 다른 존재들인데, 어째서 나 같은 존재들이 저들의 소원도 들어 주고, 대가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지.
 
문득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마법사들은 강력한 존재기에 항상 인간들에게 착하게 대해야 하고, 대가를 바라면 안 된다고 배웠던 진리가 거짓이라는 또 다른 진실이 코앞에 있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갑자기 부끄러움과 분노가 몰려왔다. 소원을 이룬 인간들이 나를 얼마나 비웃었을지에 대한 부끄러움, 그리고 나를 속여 온 어른들에 대한 분노. 인간이 신께서 절대 먹지 말라고 한 낙원의 열매를 먹고 부끄러움을 느꼈듯이, 나 역시 그런 황홀하고도 고통스러운 열감에 취하고 말았다.
 
이것이 신의 섭리를 거스른 대가인가, 아니면 학자가 되기 위해 겪는 고통일까. 나는 누구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목구멍 너머로 삼키며 기꺼이 낙원에서 추방당했다. 열매의 끝 맛은 씁쓸했다. 하지만 나는 열매를 먹어 보았다는 사실에 꽤 만족했다. 나는 보여 주고 싶었다. 낙원의 존재들이 이상이라는 인공의 불빛에 얼마나 눈이 멀어 있는지, 꼭 증명하고 싶었다. 그것은 출세욕이라기보다는, 그 눈먼 자들의 막혀 버린 눈구멍을 기어이 갈라 보고 싶다는 음습한 욕구에 가까웠다.
 
* * *
 
서울. 그곳은 참 모순덩어리의 도시였다. 자유를 외치는 자들에게는 탄압을, 탄압을 옹호하는 자들에게는 자유를. 그 이상한 광경 속에 사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기적을 바랬다. 나는 이것이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 낙원으로 돌아가 인공적인 불빛에 눈을 기꺼이 태워 버리고 있는 그들을 비웃어 줄 수 있는 하나의 귀중한 연구 자료.
 
마법을 디저트에 녹여 내는 일은 쉬웠다. 다른 마법사들보다 많은 힘을 타고난 나에게 사탕 안에 마법을 거는 일은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물론 페리엇이 따라온 것은 예기치 못한 변수였다. 아카데미에서는 분명 친했지만, 그는 나와 가는 길이 완전히 달랐다. 이상에 눈먼 자들의 지팡이 같은 존재였다. 비꼬는 거다. 이상에 빌붙어 사는 겨우 막대기 따위라고. 물론 저 해맑고 멍청한 자식은 풀어서 설명해 줘도 알아듣지도 못하겠지만.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페리엇의 갈색 머리카락이 눈앞에서 흩날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카운터에서 일어났다.
 
“…또 너냐. 아주 다 때려 부수지 그래?”
“아하하, 사탕이 좀 무겁지 뭐야! 미안, 미안. 내가 복구해 놓을 테니까 너는 좀 쉬고 있어.”
“그건 당연한 거야. 곧 가게 문 열어야 하니까 얼른 붙여 놔.”
“응, 알았어. 걱정 마!”
 
페리엇은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못되게 말해도 지쳐서 나가는 법이 없었다. 나는 자신이 바보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사탕을 이어붙이고 있는 갈색 머리의 치에게, 충동적으로 말을 걸었다.
 
“페리엇.”
“응? 왜?”
“…그거 나중에 하고 이리 와. 새로운 사탕을 만들었거든. 네가 먹어 보고 소감 말해 줘.”
“응, 알았어!”
 
페리엇은 망설이지도 않고 사탕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사탕을 먹은 직후, 페리엇은 한 마리의 개로 변하고 말았다. 개가 된 페리엇이 왕, 하고 짖어댔다. 나는 그 모습이 왜인지 우스워서 크게 웃었다. 페리엇을 골탕 먹이고 싶은 마음은 분명 있었지만, 아무리 괴롭혀도 웃기만 하던 저 녀석이 개가 되어 불만스러운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꽤 만족스러웠다.
 
사실 만족스러운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노나 슬픔 따위는 아니었으니, 분명 기쁜 것일 터였다. 나는 페리엇의 머리를 북북 쓰다듬으며 말했다.
 
“페리엇, 창고 가서 누워 있어. 이런 효과를 예상한 건 아니었는데 말이야. 실험 재료가 되어 줘서 고마워.”
 
이런 감사를 전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마운 건 진짜였다. 저 녀석의 바보같은 순수함에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 그것이 사탕을 순순히 먹어 준 것 뿐만 아니라, 같이 있어 주는 것에게 전하는 감사였는지도 모르겠다. 페리엇이 끼잉, 하는 울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창고로 걸어 들어갔다. 개가 되어서도 저 녀석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 내가 앞에서 개가 된 저 녀석이 ‘좋다’고 했던가? 음, 그러면 정정하겠다.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 조용해서 좋지만, 시끄럽지 않으니 또 좋지도 않은 기분이다.
 
내가 배운 ‘감정’에 의하면 그랬다. 나는 페리엇이 부숴 놓은 사탕을 손 안에서 굴렸다. 포장에 감싸진 사탕이 녹으며 하나가 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일련의 행위는 좋지도, 싫지도 않았다. 꽤 헷갈렸다. 좋은 것과 싫은 것, 그 중간에 끼인 감정이 존재하기라도 하는 건가? 아무튼, 내가 배운 것과는 매우 달랐다. 인간들 사이에 섞여 사니까 나도 이상해지는 걸지도 모른다.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황금색 종이 울리는 건, 내가 다시 ‘실험’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입꼬리를 끌어 올려 ‘당신에게 해를 끼칠 마음이 없음’을 증명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서오세요, 오빌리안의 사탕가게입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으로 규정되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존재의 눈에는 깊은 열망이 가득했다. 나는 실험을 시작하기 전 가설을 증명해 보는 과학자들이 그렇듯이, 여유로운 태도로 일어났다.
 
“들어오세요. 분명 흥미로운 사탕들이 가득할 거예요.”
 
존재가 움찔거렸다. 그 모습이 덫 안으로 들어오기를 망설이는 새하얀 실험 쥐처럼 보였다. 존재가 천천히 걸어들어온다. 덫이 닫혔다. 나는 새로운 ‘실험 샘플’이 들어왔다는 사실에 꽤나 흥분해 있었다. 흥분, 그 말이 꼭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미소를 보여주었다. 존재도 나를 바라본다.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아주 재밌는 실험이 시작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627번째 실험체. 이 실험이 끝나면, 나는 이상에 눈먼 자들에게 내 실험 결과를 자랑스럽게 말해 줄 수 있을 것이고, 그 인공적인 조명을 기꺼이 부숴 버릴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니 어서 들어오시길, 나의 사랑스러운 ‘손님’.
당신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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